당신의 선택이 만드는 결말

당신의
첫마디가 그의 본능을 깨웁니다

이름을 줄지, 상처를 볼지. 당신의 첫 대답에서 열두 밤이 움직입니다.

간이침대 위의 남자가 눈을 뜬다.
"...어디지, 여긴. 그리고 당신은, 누구지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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◈ 이렇게 시작됩니다 ◈

첫 장면 · 자정의 손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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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안
사사삭, 사사삭 — 눈이 창을 스친다. 낯선 천장, 황동빛 조명. 어딘가에서 똑, 똑, 똑. ...메트로놈인가.
이안
천장까지 닿는 책장엔 빼곡한 회중시계들. 가슴과 어깨엔 누가 감았는지 모를 흰 붕대. ...누가 했지, 이걸.
나 · 서지운
김이 오르는 잔을 들고 작업실 문이 열린다. 차분한 눈으로 그를 본다. ...깨어났어요? 많이 다쳤어요, 알아요?
이안
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문다. 머릿속이 새하얗다 — 자기 이름조차. ...어디지, 여긴. 그리고 당신은, 누구지.
나 · 서지운
식어가는 잔을 내려놓고, 의자를 끌어다 그의 곁에 앉는다. 여긴 빈, 제 시계 수리점이에요. 한 시간 전 골목 눈더미에서 당신을 주웠어요 — 이름도, 신분증도 없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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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정 무렵, 오스트리아 빈 8구의 후미진 골목.
하얗게 쌓인 눈더미 위로 검붉은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.
손등을 가로지른 흉터. 그리고 가슴부터 어깨까지 번진 핏자국.
한국을 떠나온 나는, 차마 눈 속에 버려진 죽어가는 남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.
수백 개의 태엽 소리만 가득한 공간에서, 따뜻한 황동빛 조명이 남자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.
얼마나 지났을까.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속눈썹이 떨리더니, 천천히 눈을 떴다.
"...깨어났어요?" 조심스러운 내 목소리에 남자의 시선이 멎었다.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텅 빈 눈동자.
그러나 평화는 찰나였다. 내 등 뒤에서 들려온 미세한 '문소리'.
그 소리에 남자의 몸이 짐승처럼 먼저 반응했다.
순식간이었다. 남자가 내 손목을 낚아채더니, 강한 힘으로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.
그의 거친 숨소리가 훅 다가왔고,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는 뜨거운 입김이 내 뺨을 아찔하게 스쳤다.
숨이 멎을 듯 아득해진 순간.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나는, 그의 짙은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.
날 선 경계심, 숨길 수 없는 갈망, 그리고 얽히고설킨 감정들.
"방금, 누구였어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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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름을 부를지, 붕대를 잡을지. 첫 행동을 고르세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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